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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물놀이 안전 (수영복 색상, 구명조끼, 생존수영)
최근 5년간 익수(溺水)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505명, 그중 15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통계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숫자가 아니라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강릉 안목항에서 직접 목격했던 그 청년의 얼굴이요.
요약: 신나는 기분은 잠깐 가라 앉히고, 물놀이 지형 기본 상식과 안전 장치 착용 꼭하자
그날 안목항에서 있었던 일
직원들과 야유회로 강릉 안목항을 찾은 날이었습니다. 횟집에서 점심을 마치고 바닷가를 거닐다가 멀리 수면 위에 뭔가 둥둥 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부표인 줄 알았습니다. 가까이 뛰어가 보니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그 옆에서 친구 한 명이 손을 뻗어 구하려다 그대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동해 바다는 정말 달랐습니다. 발이 닿는다 싶은 순간 갑자기 낭떠러지처럼 바닥이 사라집니다. 특히 경포대 인근 해수욕장은 해저 모래 침식으로 인해 수심이 불규칙하게 깊어지는 구간이 많아서, 성인도 두 발자국만 잘못 들어가면 순식간에 발이 닿지 않는 깊이로 떨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강과 바다를 익히 알던 동료 둘이 거의 반사적으로 뛰어들었고, 간신히 두 사람을 끌어냈습니다.
먼저 빠진 청년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의식이 없었고 눈동자는 흰자위가 거의 다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손톱은 이미 검게 변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는 저산소증(hypoxia)의 징후입니다. 저산소증이란 혈액 속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조직 세포가 손상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골든타임(golden time) 안에 산소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뇌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골든타임이란 심정지 후 뇌 손상 없이 소생이 가능한 4~6분이라는 제한 시간을 뜻합니다.
응급처치를 배웠던 동료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반복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이란 심장과 폐의 기능이 멈췄을 때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으로 혈액 순환을 강제로 유지하는 응급 처치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119에 신고하고, 저체온(hypothermia) 예방을 위해 사지를 손으로 계속 마사지했습니다. 저체온이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로, 물속에 오래 있을 경우 급격히 진행됩니다. 기도 확보를 위해 머리를 옆으로 눕혀 물과 이물질이 흘러나오도록 유지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헉 소리와 함께 물이 한 바가지 쏟아지면서 눈빛이 돌아왔습니다. 몇 초만 늦었어도 그 청년은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겁니다. 지금 떠올려도 온몸이 서늘해집니다.
수영복 색상과 구명조끼, 생각보다 결정적입니다
그 사고 이후로 저는 물놀이를 볼 때 제일 먼저 수영복 색상을 봅니다. 실험 결과를 직접 확인했을 때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황색이나 형광 계열은 물속에서도 위치가 선명하게 보이는 반면, 파란색 계열이나 흰색, 검은색은 수면에서 보면 거의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안목항에서 그 청년이 입고 있던 옷 색이 어두운 색이었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습니다. 처음에 부표로 착각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튜브(tube)와 구명조끼(life jacket)의 차이도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튜브는 물놀이 용품입니다. 몸에 고정되지 않아 손을 놓는 순간 분리되고, 공기가 조금만 빠져도 부력(buoyancy)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부력이란 물이 물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을 말합니다. 반면 구명조끼는 몸에 착용되어 힘을 완전히 빼도 코와 입이 수면 위로 유지되므로 호흡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유아용 보행기 튜브는 뒤집히면 머리가 물속으로 향하는 구조라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튜브를 끼웠다고 아이에게서 눈을 뗀다면, 그 방심이 사고로 이어집니다.
출처: 행정안전부 물놀이 안전사고 통계에 따르면 물놀이 사고의 상당수는 지정된 안전 구역 밖에서 발생합니다. 안전 요원이 배치된 구역 안에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절반의 예방입니다.
물놀이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눈에 잘 띄는 주황색 또는 형광 계열 수영복 착용 — 사고 시 위치 파악 시간을 줄입니다.
- 튜브가 아닌 구명조끼 착용 — 튜브는 물놀이 도구이지 안전 장비가 아닙니다.
- 안전 요원이 배치된 지정 구역에서만 입수 — 비지정 구역은 수심과 유속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 입수 전 준비 운동 5분 이상 — 근육 경련(cramping)을 예방합니다. 근육 경련이란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로 근육이 수축하는 현상입니다.
- 보호자는 아이와 반드시 시야 거리 내에 위치 — 휴대폰은 물가에서 내려두는 것이 맞습니다.
물에 빠졌을 때, 그리고 빠진 사람을 봤을 때
제 경험상 가장 위험한 건 당황입니다. 물에 빠지는 순간 사람은 반사적으로 팔을 휘젓고 발버둥을 칩니다. 이 동작이 오히려 체력을 1~2분 안에 소진시키고 가라앉게 만듭니다. 바다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게 이안류(離岸流, rip current)입니다. 이안류란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 특정 구간에서 강한 흐름이 바다 쪽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현상입니다. 이 흐름에 휩쓸리면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정면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안류에 빠졌을 때는 흐름과 평행하게 해안선 방향으로 헤엄쳐 빠져나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안전 장비도 없고, 혼자인 상황이라면 생존수영(survival swimming)이 마지막 수단입니다. 생존수영이란 최소한의 체력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수영 기법입니다. 새우등 뜨기, 해파리 뜨기, 누워 뜨기 세 가지 중 누워 뜨기가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자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서도 물에 빠졌을 때 첫 번째 원칙으로 '침착하게 호흡을 안정화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목격했을 때 무작정 뛰어드는 건 두 명의 익사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안목항 사고 때 두 번째 청년이 그 상황이었습니다. 주변에 페트병, 돗자리, 과자봉지, 아이스박스 같은 부력이 있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던져주고, 구조 후 호흡과 맥박이 없다면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날 안목항에서 우리가 조금만 늦었다면, 그 청년의 이야기는 통계 속 숫자 하나로 묻혔을 겁니다. 여름은 분명 신나는 계절이지만, 물 앞에서만큼은 흥분을 잠깐 내려두는 것이 맞습니다. 밝은 색 수영복 하나, 구명조끼 하나, 그리고 지정된 구역 안에서 노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그 154명 중 많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안전 조언이 아닙니다. 물놀이 안전 수칙은 반드시 관할 기관의 공식 지침을 따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