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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경매가 평범한 사람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던 시절, 우연히 접한 싱글맘의 경매 도전기가 그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암 투병 중에 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매로 집을 마련한 이야기였는데, 보는 내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경매 공부를 시작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경매가 위험한 게 아니라 모르는 채로 시작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요약: 기초지식과 충분한 권리분석 그리고 경매고수의 노하우 경험이 필요 ^^*
경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용어부터입니다
경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낯선 용어들이었습니다. 책을 펼쳐도 임차인, 채무자, 근저당이라는 단어들이 뒤섞여 있으면 읽다가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용어 정리를 제일 먼저 했습니다.
임차인(賃借人)이란 전세나 월세를 내고 남의 집에 거주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반대로 집을 소유하고 빌려주는 쪽은 임대인(賃貸人)입니다. 경매를 공부하다 보면 이 두 단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헷갈리면 분석 자체가 흔들립니다.
채무자(債務者)는 돈을 빌린 사람이고, 채권자(債權者)는 돈을 빌려준 사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경매 정보지에서 채권자는 단순히 돈을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를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부동산의 소유자와 채무자가 반드시 같은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 소유 집을 담보로 자녀가 대출을 받은 경우처럼요. 이런 케이스가 실제 경매 물건에서 종종 나오기 때문에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매수(買受)는 부동산을 사는 것, 매도(賣渡)는 파는 것입니다. 경매에서는 낙찰받는 행위 자체가 매수에 해당합니다. 이 기본 용어들만 확실히 잡아도 경매 정보지가 훨씬 읽기 편해집니다.
경매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경매를 공부하기 전까지는 그냥 '빚 못 갚으면 집이 넘어가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매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고, 이 차이를 알아야 물건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임의 경매(任意競賣)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채무를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해 경매를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저당 잡힌 집을 경매로 내놓는 것입니다. 반면 강제 경매(强制競賣)는 담보 없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을 때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 경매를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담보가 없으니 소송이라는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무익여 기각입니다.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낙찰 금액이 채권자 순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채권자가 경매를 취하할 수 있고 이를 무익여 기각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처음 이 용어를 봤을 때는 '경매가 그냥 취소된다고?' 싶어서 한참을 찾아봤습니다. 입찰 준비를 다 해놓고 경매가 사라지는 경우가 실제로 있으니, 투자 결정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권리 분석, 이게 경매의 핵심입니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실수가 잦은 부분이 바로 권리 분석입니다. 낙찰가만 보고 싸다고 덤볐다가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여기서 생깁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권리 분석의 핵심은 말소 기준일(抹消 基準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말소 기준일이란 경매 낙찰 후 어떤 권리가 소멸되고 어떤 권리가 낙찰자에게 넘어오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날짜입니다. 이 날짜는 법원이 발행하는 매각 물건 명세서 상단의 '최선 순위 설정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있는 물건이라면 대항력(對抗力) 분석이 필수입니다.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새 집주인(낙찰자)에게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오전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기는데, 이 시점이 말소 기준일보다 빠르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됩니다. 이 경우 낙찰자는 해당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소 기준일보다 늦게 전입신고를 했다면 대항력 없는 임차인으로,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변제권(優先辨濟權)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우선변제권이란 경매 낙찰금에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이 권리는 대항력이 발생한 시점과 확정일자 중에서 늦은 날짜를 기준으로 합니다. 두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배당 순위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등기부등본에서 자주 보이는 권리들도 정리해두겠습니다.
- 근저당(根抵當):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때 설정되는 권리. 가장 흔하게 등장합니다.
- 가압류(假押留):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 처분을 막기 위해 임시로 걸어두는 조치입니다.
- 압류(押留): 세금을 체납했을 때 국가나 지자체가 설정하는 권리입니다.
이 세 가지가 등기부등본에서 말소 기준일을 결정하는 주요 권리들입니다. 어떤 권리가 가장 먼저 설정됐는지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직접 열람하면 각 권리의 설정일과 순위를 확인할 수 있으니 입찰 전 반드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낙찰 후에도 넘어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경매는 낙찰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공부해 보니 낙찰 이후에도 절차가 꽤 촘촘합니다. 이 부분을 모르면 낙찰받고도 당황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쓴 사람이 낙찰자가 되고 낙찰자 영수증을 받습니다. 그로부터 7일 후 매각 허가 결정이 납니다. 이 7일이 중요한데, 만약 권리 분석 오류 등 낙찰을 받지 말았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면 이 기간 안에 매각 불허가 신청을 해야 합니다. 수용되면 입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입찰 보증금(入札 保證金)이란 입찰에 참가할 때 최저입찰가의 10% 이상을 자기 앞수표로 미리 제출하는 돈입니다. 이 보증금은 잔금 납부 시 낙찰가에서 차감됩니다. 그런데 권리 분석을 잘못해서 인수해야 할 금액이 있는 물건을 낙찰받은 경우에는 매각 불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잔금을 내지 않으면 이 보증금이 그대로 몰수됩니다. 제 경험상 이 리스크가 경매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이었습니다.
잔금을 납부하면 바로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일반 부동산 거래처럼 등기 이전 절차를 따로 기다릴 필요 없이, 잔금 납부 즉시 법적 소유자가 되는 것이 경매의 특징입니다. 입찰가 산정 시에는 취득세도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취득세는 주택 수와 물건 소재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므로, 낙찰가 외에 취득세·보유세·양도세까지 포함한 실질 비용을 계산한 뒤 입찰가를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유찰(流札)이라는 개념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유찰이란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경매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이 경우 다음 기일에 최저입찰가가 낮아집니다. 서울은 20%, 그 외 지역은 30%씩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유찰 횟수가 많을수록 더 낮은 금액에 살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그만큼 권리 분석이 복잡한 물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매는 분명 일반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입니다. 다만 저는 처음부터 큰 물건을 노리기보다, 내 자금 규모에 맞는 작은 물건부터 시작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론 공부를 마쳤다면 실제 법원 경매 현장을 몇 번 참관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기초가 단단하면 손해 볼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