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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색이 진할수록 눈이 더 잘 보호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믿고 살았습니다.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글씨가 아른거리고 눈이 침침해지자 비싼 눈 영양제를 1년 넘게 먹고, 안구팩도 사다 붙이고, 아침마다 인공눈물부터 넣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눈은 나아지기는커녕 책을 점점 더 멀리 밀어내야만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뭔가 방향이 잘못됐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선글라스의 배신, 색이 진할수록 위험하다
백내장(白內障, cataract)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수정체란 눈 안쪽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투명한 조직으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뿌옇게 굳어집니다. 그래서 선글라스로 자외선을 막는 것이 예방의 기본이라고들 하는데,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선글라스 렌즈의 색이 짙으면 자외선 차단 효과도 높을 거라고 대부분 생각하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렌즈 색상과 자외선 차단 지수(UV index)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UV index란 해당 렌즈가 자외선을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수치로 표시한 것인데, 이 수치는 렌즈를 제조할 때 별도로 코팅되는 것이지 색이 진하다고 자동으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색이 짙은 선글라스를 쓰면 눈이 어둡다고 인식해 동공(瞳孔)이 확장됩니다. 동공이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 가운데의 검은 구멍입니다. 동공이 커진 상태에서 UV 차단 코팅이 제대로 안 된 렌즈를 쓰면, 자외선이 오히려 더 많이 눈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역효과가 생깁니다. 선글라스를 샀을 때 포장지에서 UV400 또는 자외선 차단율 99% 이상이라는 문구를 확인하셨습니까? 그 숫자가 렌즈 색보다 훨씬 중요한 기준입니다.
렌즈는 3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코팅이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차단 기능이 열화(劣化)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던 선글라스가 5년이 넘은 것이었는데, 그냥 안 쓰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이봄샘이 막히면 눈물도 소용없다
안구건조증(dry eye syndrome)이라고 하면 눈물이 부족한 상태라고만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아무 이상 없다고 해서 단순히 눈물이 조금 모자란 정도겠거니 하고 인공눈물만 수년째 넣었습니다. 그런데 안구건조증의 원인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눈물 자체의 분비량이 적은 것, 다른 하나는 눈물의 증발을 막아주는 유성 물질 분비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후자의 핵심에 마이봄샘(meibomian gland)이 있습니다.
마이봄샘이란 눈꺼풀 가장자리에 촘촘히 배열된 피지샘(皮脂腺)으로, 눈물층 위에 얇은 기름막을 형성해 눈물이 빨리 증발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기름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눈물 양은 충분해도 금방 말라버려 눈이 뻑뻑해지는 것입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마이봄샘의 분비 기능이 저하되고 기름 배출구가 굳어서 막히기 시작합니다. 인공눈물을 아무리 넣어도 금방 증발해 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실제로 2주간 꾸준히 마이봄샘 관리를 한 사례를 보면 결과가 꽤 구체적입니다. 마이봄샘에서 배출되는 기름이 탁하고 굳은 상태에서 맑고 투명한 상태로 바뀌었고, 각막(角膜) 표면의 상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각막이란 눈동자 앞을 덮고 있는 투명한 보호막으로, 건조하면 마찰로 상처가 생깁니다. 눈물층의 두께도 0.3nm 증가했고, 눈물층 파괴시간(TBUT)이 2초에서 5초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TBUT란 눈을 깜빡인 후 눈물막이 끊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정상은 10초 이상입니다. 시력도 한쪽 눈 기준으로 0.5에서 1.0으로 회복됐다는 수치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온찜질과 세척, 순서가 틀리면 효과도 반감된다
마이봄샘 관리의 핵심은 막힌 기름 배출구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다만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 온찜질: 팥 주머니나 전용 아이마스크를 데워 눈꺼풀 위에 5~10분 올려둡니다. 열이 마이봄샘의 굳은 기름을 부드럽게 녹여 배출구를 열어주는 원리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꾸준히 하니 눈꺼풀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건 맞았습니다.
- 눈꺼풀 세척: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눈꺼풀 전용 세척액을 면봉이나 전용 패드에 묻혀, 눈꺼풀 가장자리의 마이봄샘 부분을 아침저녁으로 닦아줍니다. 이때 세게 문지르지 않고 살살 닦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인공눈물 점안 후 올바른 깜빡임: 인공눈물을 넣은 뒤 눈을 세게 꽉 감는 것이 아니라, 1초 간격으로 지그시 천천히 깜빡입니다. 이 방식이 눈물층을 고르게 펴주고 마이봄샘의 기름이 균일하게 도포되도록 돕습니다.
저는 예전에 눈이 침침하면 눈을 세게 비비거나 꽉 감았다 크게 뜨기를 반복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각막에 마찰을 일으키고 눈물층을 망가뜨리는 행동이었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 1초 깜빡임이라는 단순한 습관이 실제로 기름층의 두께와 퍼지는 범위를 정상화시킨다는 것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만, 수치로 확인되는 결과를 보니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노안, 녹내장, 백내장, 검사 타이밍을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다
40대 중반부터 책을 점점 멀리 밀어야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안구건조증 탓으로만 돌렸는데, 사실 노안(老眼, presbyopia)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노안이란 수정체의 탄력이 줄어들면서 가까운 거리의 초점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40대 이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납니다. 비타민C 광고를 보고 1년 가까이 먹었는데 노안은 계속 진행됐습니다. 비타민이 눈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수정체 탄력 저하라는 구조적 변화를 영양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녹내장(綠內障, glaucoma)은 시신경(視神經)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시신경이란 눈에서 뇌로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다발로,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 검진 없이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대한안과학회 자료에 따르면(출처: 대한안과학회) 녹내장은 국내 실명 원인 2위를 차지하며, 40세 이상에서는 연 1회 안압 측정을 포함한 정기 검진이 권고됩니다.
백내장, 노안, 녹내장 모두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제한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50대 이상 안과 질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조기 발견과 생활 습관 교정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현대인이 스마트폰과 PC에 하루 수 시간씩 노출되면서 눈의 노화가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제 핑계만이 아닙니다. 블루라이트와 장시간 근거리 집중으로 인한 조절 근육의 과부하가 실제로 눈의 피로와 노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예전 어르신들이 지금 저보다 눈이 좋으셨던 건, 영양제를 잘 드셔서가 아니라 스크린 없이 자연광 아래에서 먼 거리를 많이 보셨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역시 이 점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눈 건강은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선글라스 하나를 고를 때도 UV 차단 수치를 확인하고, 안구건조증은 마이봄샘 관리까지 병행해야 하며, 노안과 녹내장, 백내장은 증상이 뚜렷해지기 전에 정기 검진으로 잡아